그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지금 탄핵을 하면 벌어질 일은 너무 명확하니까. 더 큰 비극이 생길 수 있다. 나는 그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저런 비정상적인 대통령을 통제하지 않으면 범죄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더 큰 비극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탄핵을 반대하는 조건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권력을 내려 놓은 것처럼 보이도록 해야 한다. 한동훈 대표가 계엄을 해제하도록 찬성표를 던진 것은 탄핵을 막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명분이 될 수 있다. 한동훈 대표가 "앞으로는 비상 계엄이 없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탄핵을 찬성할 것이다."라고 선언하면 합리적 보수는 설득할 수 있다. 한동훈 대표가 그런 이야기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10배는 더 열심히 국민에게 설득해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오죽하면 비상계엄을 했겠느냐"라는 주장이 일반 국민에게는 먹힐 것이고, 온갖 토론 프로에서 그것을 설파해야 한다.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군에게 실탄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도, 계엄군이 일사분란하게 소극적으로 움직인 것도 계엄군을 총지휘한 국방부장관의 지시라고 주장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어야 할 것이다) 기회가 올 지 모를 일이다. 국회를 봉쇄하라는 지시도, 특정인물을 체포하라는 지시도 내린 적이 없다면, 그것이 그저 유언비어에 불과하다면 민주당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긴 하다. 아주 희박하지만...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보면, 민주당이 "북한과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라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볼 때, 확실히 역풍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내가 야당의 대표라면, "대한민국은 확고한 민주주의가 수립된 국가이며, 어떠한 광적인 지도자도 바로잡을 역량이 있는 예측 가능한 국가이며, 이것은 국민의 위대함을 보여준 사건이고 앞으로도 전 세계는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계속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문제는 중도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이다. 그런데, 현재 언론은 진보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10배가 아니라 100배는 열심히 설득해야 하는데, 보수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 선거 일정을 보면, 2026년 6월에 지방선거, 2027년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고, 2028년 3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그러니, 탄핵을 막고 2026년까지 6월까지는 1년 6개월의 시간이 있다. 국민의힘 수뇌부는 '그 사이에 이재명은 분명 실형을 받을 것이고, 민주당은 힘을 잃을 것'이라고 상상회로를 돌리는 것 같다.
이 상상회로를 현실화시키려면, 민주당의 주장을 되받아쳐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국님께서 그 짓을 해 주셨다. 탄핵 정국에서 자신에 대한 판결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즉, 탄핵도 범죄자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정치적인 행위이고,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공격해 볼 만 하다.
국민의힘이 탄핵에 반대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2년간 국민의힘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국민은 더욱 격렬하게 싸울 것이다. 중도는 아마 보수를 완전히 떠날 것이고, 온건 보수도 국민의 힘을 떠날 것이다. 수구와 극우, 그리고 지역기반만 남긴 국민의힘이 과연 1년 6개월 이후의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을까...
키는 한동훈이나 오세훈 같은 차기 대권 주자들에게 있다고 본다. 그들이 얼마나 힘을 내느냐에 따라 국민의힘의 운명이 갈린다. 민주당은 또한 이재명을 제외한 차기 대권주자를 찾아야 하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오바하지 않아야 하지만, 높은 확률로 오바할 것이다. 대통령을 탄핵시켜, 이재명이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기를 쓰고 위기를 증폭시킬 것이다.
그렇게 경제는 곤두박질 칠 것이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가 그런 빌미를 제공했다.
내가 지금의 상황이 참담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대통령은 급발진을 했고, 보수는 원칙을 지키지 못 하고 있고, 진보는 사회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국가를, 그리고 국민을, 민생을 챙기지 않는다. 다만, 모두가 국가를 국민을 민생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말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 누가 과정의 정의가 아닌, 결론적 정의를 추구하는가? 그 누가 과정의 애국이 아닌, 결론적 애국을 추구하는가?
애석하게도 현 국면에서 결과적 정의, 결과적 애국을 추구하는 정치인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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