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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의 커피하우스] 문명사회로 가는 멀고도 험한 길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문명사회로 가는 멀고도 험한 길 과일·샌드위치·세탁 이재명 법카 용도 상상초월 사회 진화하는데 구습에 머무른 문화 지체 현상 李, 집회하고 재판받는 건 문명사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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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법카 사용이 정치적 이슈가 되었는 지, 세상 참 묘하게 돌아간다.
사실 이 사건은 너무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다. 법카 사용은 사실 조작 자체가 안 된다. 기명카드를 썼다면 더욱 조작이 불가하고, 기명카드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 해당 카드의 주사용자는 지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될 수 밖에 없다.
국세청은 오너나 임원들의 집 근처에서 가급적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특히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마트에서의 식재료 구매, 집앞 편의점에서의 반복된 간식 구매 등을 문제 삼는다. 사실 법카로 업무 관련성을 추적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도 대단히 쉽다. 어려운 이유는, 너무 사용하는 사례가 많고 애매하기 때문에 하나 하나 다 추적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고, 쉽다는 이유는 한 명만 족치면 그 사람의 사용이 과연 적절한 지 명쾌하게 밝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집앞 편의점에서의 커피와 간식 구매"를 예를 들어 보자. 만약에 해당 사장이 출장을 가면서 졸음을 피하기 위해 집앞 편의점에서 그런 것을 구매하는 것은 입증이 된다. 왜냐하면, 하이패스 결제 내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매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회사에서 쓸 수 있는 간식류라면 충분히 입증이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중식비를 따로 회사로부터 지원받지 않는데, 회사 근처에 좋은 식당이 없어서, 네이버로 냉동만두나 김밥, 피자 등을 주문했고, 회사 내에는 전기오븐이 구비되어 있다. 대신에 중식비 결제가 거의 없다. 이런 것으로 충분히 입증된다.
과일도 사실 손님이 왔을 때 내 놓을 수 있다면 입증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손님에게 과일을 내 놓지 않는다. 이것을 몇 천만원이나 썼다면, 이것은 명백하게 사적 유용이거나 카드깡이라 의심하게 된다.
법인카드의 사용 목적을 입증할 수 없으면 이것은 사적 유용이다. 물론 대표이사나 오너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조금은 관대한 편이다. 골프를 치거나, 술을 먹거나,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은 법인카드로 썼을 때 문제 삼지 않는다. 통상 영업 행위일 가능성이 높고, 영업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비에도 제한이 없기 때문에 10만원짜리 저녁 식사든 20만원짜리 식사든 상관이 없다. 그런데, 대표이사의 부인이 쓴 것은 문제가 된다.
만약에 대표이사의 부인이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면 문제되지는 않지만, 소속되어 있지 않다면, 100%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오너라 하더라도 그것은 대표이사의 세금 포탈이기 때문이다. 월급으로 가져 가고, 이 과정에서 세금을 내고, 돈을 쓰라는 것이다. 그런데 법인카드를 쓰면 세금을 내는 과정이 생략되어서 사실상 세금 포탈이 된다.
한 기업의 오너도 법인카드 사용에서 세무사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따른다. 그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조사를 받으면 추가 징세가 안 된다 하더라도 손해다. 업무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세무사도 비싸고 까다로운 세무사를 선택한다. 그래야 세무조사에서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오너가 법카로 누리는 것은 자동차로 약간은 사적 영역을 다녀오는 것이라든가, 식사를 좀 비싸게 먹는다든가, 골프장이나 술집을 간다는 것 정도다. 물론 이 금액이 클 수는 있겠지만, 이 또한 총액 제한이 걸리기 때문에 마음 놓고 쓰지 못 한다. 명분이 없이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법인카드다.
만약에 회사 직원이 이 기사에 나오는 방식으로 법인카드를 썼다면, 그는 바로 해고가 될 것이다. 어떤 오너도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직원에게 도덕성을 요구하기 위해, 자신에게도 도덕적 굴레를 씌운 오너들이 이런 엄청난 전횡을 두고 볼까..
이것이 정치검찰의 누명이라고 주장하는데, 법카는 절대로 조작할 수 없다. 세금을 함부로 사용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 사건을 두고 경기도민들 상당수가 분노하지 않는다. 경기도민들은 경기도청의 주인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냥 노예였던 셈이다. 물론 법인카드를 함부로 쓴 직원 중에, 자신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난 딱 한 명 봤다. 그런데 사실 그분도 회사를 위해서 쓴 것이지, 개인을 위해서 쓴 것이 아니었는데 결국 퇴사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재명 도지사처럼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보통 억울하다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내 정치질을 잘 하는 사람들이다.
도덕적 흠결이 정치적 언변으로 소멸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 물론 트럼프처럼 "그래서 어쩌라고?" 식의 태도보다는 낫지만, 진실을 정치적으로 덮어버리는 것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을 자주 보는 것은 여러 모로 대단히 불편하다.